가족관계 단절에 직장까지 찾아와 엄포한 신천지

가족관계 단절에 직장까지 찾아와 엄포한 신천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중구청장 압박하며 1인 시위 공무원 복직 요구
시위 공무원 "하반신 마비 아버지 간호에 이단에 빠진 딸까지 구해야 할 상황"

신천지 신도와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등 300여명은 13일 울산 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휴직 중인 공무원의 복직명령을 요구했다. 입구 옆으로 인도에 길게 늘어선 집회 참가자들.(사진 = 반웅규 기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기초단체장에게 무리한 요구와 월권행위를 종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와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등 300여명은 13일 울산 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휴직 중인 공무원 정모(49)씨의 복직명령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씨의 딸 백모(23)씨가 가족들로부터 신앙을 강요당하고 있고 자유롭게 종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공무원인 정씨가 헌법에 위배되는 신앙강요행위를 하고 있고 신천지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구청장이 나서서 정씨와 정씨의 딸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해줄 것과 정씨에게 복직명령을 내려야한다"고 했다.

신천지 장로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정씨가 6개월 휴직을 내놓고 울산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해 공무원 품위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생이 자유롭게 종교생활 하고 싶다는데 그것이 어려운 일이냐"며 "아무리 이단, 삼단이라고 해도 신천지가 참이고 오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 온다"며 신천지를 홍보했다.

신천지 신도와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등 300여명은 13일 울산 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휴직 중인 공무원의 복직명령을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가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 반웅규 기자)

 

이들의 주장과 똑같은 내용은 이미 중구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도 대거 올라와 있다.

지난 4일부터 올라온 글은 100여 건 이상을 넘어 게시판을 도배할 정도인데 담당 공무원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다.

특히 비슷한 내용의 글들을 챙기느라 다른 민원인에게 돌아가야 할 행정력까지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공무원 부조리를 신고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내용은 자신을 백씨의 친구나 친구의 엄마 등으로 소개하면서 정씨를 빨리 복직 시켜달라는 게 요지다.

문제는 글 내용 중에 정씨의 개인사진이나 사실과 맞지 않는 사실을 올려, 초상권 침해나 명예 훼손이 농후하다는 거다.

실제 '정씨가 병휴가를 내고 수당을 받아가고 있다'거나 '휴가로 아프다는 사람이 1인 시위를 하는데 공무원 복무 위반이다' 등이 다수다.

하지만 당사자인 정씨와 중구청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정씨는 휴가를 낸 건 맞지만 따로 수당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해당 사항이 공무원법 위반이 아닌데다 정씨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휴가를 내고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휴가 명칭도 간병을 위한 '가사휴직'.

울산광역시 중구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 '공무원 부조리를 신고한다'는 글이 대거 올라와 있다. 휴가 중인 공무원을 복직시키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사진 = 해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월부터 6개월 동안 휴직을 낸 것은 고관절 수술을 받고 하반신을 못 쓰게 된 아버지(76)를 간호하기 위함이었다.

아버지 간호와 1인 시위를 병행하고 있는 것은 신천지에 빠져 두 달째 가출 중인 딸이 집으로 돌아오길 원하고 있기 때문.

정씨는 지난 11월부터 신천지 교리를 가르치고 있는 곳으로 지목된 울산 중구 반구동의 한 교육센터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평일 중 월, 화, 목, 금에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그는 13일 현재까지 20여 차례 시위를 했다.

시위 현장에는 정씨의 남편이 옆을 지키고 있다.

정씨는 "가끔씩 사찰을 다녀간 적은 있지만 특별히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게 평소 생각이지만 신천지는 종교라고 할 수 없는 사기집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지중지 키운 대학생 딸이 신천지에 빠져 두 달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등 천륜을 끊게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분개했다.

이날 신천지 집회를 보고 정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있는 동료 공무원들은 상식과 도를 한 참 벗어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공무원은 "아무리 사전 신고를 하고 집회를 한다지만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것에 황당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거나 "개인 가정사와 종교 문제인데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태완 중구청장도 직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지금의 사태는 사생활 영역이고 모든 종교는 존중 받아야 하기에 제가 관여해서도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구청장은 또 "다만 모종교단체가 우리 중구청 가족인 공무원에게 무차별적 마녀사냥을 하는 것에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해당 종교단체의 위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중구청 모든 공무원들은 해당 공무원에게 2차 피해나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도록 삼가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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