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에 맞섰다가 집 날리게 된 前 구청장

코스트코에 맞섰다가 집 날리게 된 前 구청장

윤종오 전 울산북구청장, 코스트코 건축허가 반려
사업지연 소송 진 북구청, 구청장에 구상금 4억원
북구의회가 면제 청원 건 가결하자 북구청은 불가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는 지난 1월 10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용불가 결정을 내린 이동권 북구청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발언을 하고 있는 윤종오(사진 가운데) 전 북구청장.(사진 = 반웅규 기자)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건축허가를 반려한 결과가 수 억원의 구상금으로 돌아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윤종오 전 울산북구청장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2억원대 아파트가 법원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8년 전 일했던 곳인 북구청이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구상금 4억600만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윤 전 구청장은 실제 경매가 진행되고 낙찰돼 집을 비워주기 전까지 6~7개월 정도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북구청이 윤 전 구청장을 배려(?)한다며 채무이행계획서를 요구했다.

이를 작성하면 당장 가족이 집을 나오지 않아도 돼 그는 잠시 고민했었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로 포기했다.

골목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했던 결정 그리고 구상금 면제를 촉구하고 있는 지금의 싸움이 윤 구청장 개인의 잘 못 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코스트코 건축허가 반려, 돌아온 건 구상금 4억원

지난 2010년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한 윤 전 구청장은 당선과 함께 북구청장에 취임했다.

그는 재임 당시 중소상인의 생존권 보호를 이유로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건축허가 신청을 3차례 반려했다.

코스트코 설립을 추진했던 조합 측은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건축허가 의무를, 북구청이 이행해야 한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북구청이 거부하자 시 행정심판위는 직접 건축허가 처분을 내렸다.

조합 측은 사업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윤 전 구청장과 북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합에게 3억6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북구청은 배상금과 이자 등 5억여원을 조합에 지불한 뒤,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2014년 6월, 윤 전 구청장이 재선에 실패하고 새누리당 박천동 북구청장이 취임하면서 2년 뒤 시작된 거다.

2017년 1심 법원은 윤 전 구청장에게 구상금의 20% 책임을 물어 1억14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2심 법원은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윤 구청장의 책임을 70%로 높여 구상금을 4억560만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 최종 판결로 윤 전 구청장은 구상금과 소송비용 등 4억3000여 만원을 배상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울산 북구청 전경.(사진 = 북구청 제공)

 

◇ 공익 위한 소신 행정 VS 법원 판단, 배상책임 고려

윤 전 구청장이 수 억원의 구상금을 배상해줘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중소상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움직임에 노동 시민단체들도 동참 하면서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라는 연합단체가 꾸려졌다.

을들의 연대는 윤 전 구청장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소신 행정을 했다는 것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알렸다.

동시에 구상금 청산을 위한 주민 청원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11월에는 1만257명의 주민청원서를 받아 북구의회에 제출했다.

한 달 뒤인 12월, 북구의회가 '윤 전 구청장의 코스트코 구상금과 소송비용면제 청원 건'을 가결하면서 모든 게 순조로운 듯했다.

북구청이 북구의회의 청원을 수용할 수 없다고 결정하기까지 그랬다.

자유한국당 박천동 북구청장이 재선에 실패하고 더불어민주당 이동권 후보가 당선된 이후 내려진 결정이라 을들의 연대는 크게 실망했다.

이동권 북구청장은 구상금을 면제에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또 다른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즉, '제2의 윤종오' 사태가 우려된다며 선을 그었다.

이 구청장은 "구상금 청구는 직권 남용과 관련이 있다"며 "법원은 윤 전 구청장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과 그 책임도 구청보다 구청장이 더 큰 것으로 판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판결과 법령을 위반해서 채권을 면제해 줄 경우, 개인 구상금을 세금을 통한 주민에게 떠안게 하는 것이고 그 책임도 북구청 공무원들이 지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을들의 연대는 전혀 다른 의견이다.

을들의 연대는 주민을 대표하는 북구의회가 결정한 구상금 면제 청원의 건을, 북구청이 거부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의회의 청원을 존중해 받아들인 북구청을 상대로 소송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설령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북구청의 책임을 입증하기가 힘들어 소를 제기한 측이 승소하기는 더 어렵다는 거다.

을들의 연대 고남순 공동집행위원장은 "북구의회는 해당 청원 건이 월권이나 법령위반, 공익침해에 해당되는 지 논의한 끝에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통한 판단과 자문도 이미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판결은 윤 전 구청장이 구상금을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는지 판단을 해 준 것일 뿐"이라며 "이후 구상금 집행 여부는 북구청이 결정하면 되는데 이를 면제해줬다고 해서 감사원과 행안부의 지적사항이 아님도 확인했다"고 했다.

을들의 연대는 북구청에 토론회를 제안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양측의 해석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니 공개든 비공개든 양측의 변호사들끼리 따져보자는 것.

을들의 연대는 북구청이 만일 토론회를 거부한다면 이동권 북구청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종오 전 구청장은 "제 개인적으로 이익을 본 것이 없고 공익을 위해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반려한 만큼, 당시 결정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후 대형마트 입점 거리제한이나 의무휴업일, 상생협의회 등 경제정의실현 측면에서 평가해달라고"고 말했다.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는 지난해 11월 19일 구상금 면제에 동의한 주민 1만1257명의 청원서를 북구의회에 전달했다.(사진 = 반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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