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대학 맞나요' 총장이 부끄러운 학생들

'울산대, 대학 맞나요' 총장이 부끄러운 학생들

현대중 주총 비판 대자보 진위 논란에 당사자 기자회견 나서
'행동하는 울산대 학생들' "주총 사태, 오연천 총장 사과해야"

재학생 10여 명은 14일 오후 울산대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동하는 울산대 학생들'이라는 이름으로 대자보를 쓴 게 자신들이며, 현대중공업 주총 사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사진 = 반웅규 기자)

 

울산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가 열리고 여기에 용역과 전투경찰이 동원된 것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자 진위여부 논란이 일었다.

대학 측이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폐쇄회로(CC)TV 확인까지 나섰는데 대자보를 쓴 학생들이 등장하면서 부끄러움은 사학재단의 몫이 됐다.

이 사학재단은 현대중공업그룹 산하의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으로,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을 기업의 사적이익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더욱 피할 수 없게 됐다.

재학생 10여 명은 14일 오후 울산대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동하는 울산대 학생들'이라는 이름으로 대자보를 쓴 게 자신들이고 현대중공업 주총 사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월 31일 수백 명의 무장경찰과 용역이 학내로 진입하는 등 이날 울산대는 대학이라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수업을 들으러 가던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경찰들에게 제지를 당했고 경찰이 조장하는 공포감으로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무장경찰과 용역을 학내로 불러들인 것은 현대중공업이 아닌 '오연천 총장 명의의 협조공문' 이었다고 밝혔다.

즉, 오 총장이 이미 학내에 주총이 열릴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이를 승인까지 했다는 것.

특히 학교 측이 주총 며칠 전부터 학교행사로 체육관을 예약해 놓은 '친절함'까지 보였다고 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주총 장소를 제공한 오 총장이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재단의 사익을 위해 학교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학칙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대자보를 쓴 당사자라고 밝힌 한 남학생은 "그동안 별도의 승인이 없이 대자보를 붙일 수 있었는데 이번 만큼은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총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대자보가 제거되고 CCTV로 신원을 확인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입을 막고 위협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개인의 신상을 알아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협박과 다름 없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만일 학교 측이 또 대자보를 훼손해 학생들의 입을 막거나 신상을 알아내려는 상식을 벗어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총장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동하는 울산대 학생들'이 오연천 총장에게 설문조사를 전달하려 대학본부를 찾았지만 건물입구가 잠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사진 = 반웅규 기자)

 

이와함께 '행동하는 울산대 학생들'은 최근 사흘 동안 학생 12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울산대에 용역과 무장한 경찰이 들어온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96.7%가 '알고 있다', 3.3%가 '모른다'고 답했다.

어떤 이유로 들어왔는지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법인분할 때문에', '뉴스를 통해 들었다', '직접 (현장을) 봤다'고 했다.

학내에 용역과 무장한 경찰이 들어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84.8%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14.2%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대계열사 직원들이 사적문제를 교육기관에서 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폭력이 있을 수 있는 구실을 주어서는 안된다', '학생들이 다칠 수 있었다', '학생들을 인질로 이용한 것 같다'고 답했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로는 '나에게 따로 큰 피해가 없었다', '경찰과 용역이 학교에 들어온 것은 문제이지만 학교가 현대재단인 만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오 총장에게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려 했지만 대학 측이 미리 본부건물 입구를 잠가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결국, 학생복지팀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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