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지난해 12월 19일 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0년 울산교육계획 설명회에서 5대 정책방향과 달라지는 사업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 울산교육청 제공)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을 내세운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울산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크고 작은 시험을 치렀다.
노 교육감은 지난 2018년 당선과 함께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발했다.
그가 앞선 보수교육감들과 어떤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냐는 기대와 기존 교육청 조직의 틀 속에서 새로운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노 교육감은 교육복지를 강조했고 여러 성과를 냈다.
전국 최고 수준인 학부모들의 교육경비 부담을 낮추면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가져온 변화를 시민들이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
노 교육감이 부임과 동시에 속도를 낸 것은 초·중·고 무상급식에 이어 중·고교 신입생 교복비 지원과 초·중학교 수학여행비, 학습준비물 지원이다.
여기에 정권 교체도 큰 몫을 했다.
진보교육감 탄생과 동시에 울산광역시 승격이후 처음으로 지방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교육복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노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무상급식과 무상교복에 대해 송철호 울산시장도 이들 공약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앞선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김복만 전 울산교육감이 임기 동안 예산을 이유로 선별적 무상급식을 내세웠던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교육복지가 자리를 잡아가고 고교 무상교육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 교육감은 울산교육의 조타를 수업혁신으로 향하고 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과 이동권 울산북구청장은 지난해 10월 23일 시교육청 기자회견실에서 울산수학문화관 설립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 = 울산교육청 제공)
시교육청은 우선,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키우고자 참여와 협력을 통한 학생중심수업을 추진한다.
기존의 주입식 암기교육에서 벗어나겠다는 거다.
학생중심수업을 위해 지난해 24개교에서 시행했던 중학교 자유학년제를 전체 64개교로 확대한다.
중학교 1학년 동안 자유학기 활동은 221시간 이상이며, 1학년 성적은 고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자유학년제는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탐구중심 수업과 과정형 평가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는 게 목적이다.
듣기 중심의 울산형 영어교육이 강화된다.
영어공교육을 통해 초등학교만 졸업에도 영어 기초회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이를 위해 초등 원어민 화상수업이 지난해 4개교에서 16개교로 확대되고, 온라인 콘텐츠와 교수학습자료도 개발된다.
이밖에도 올해 울산수학문화관이 설립되고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학생중심수업을 정착시키는데 필요한 교원 역량 강화 방안도 추진된다.
수업과 관련된 직무역량 중심의 자격연수가 잇따르며, 교사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연구할 수 있는 학습공동체가 활성화 된다.
교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업무가 줄어든다.
교육 활동 중심으로 학교조직이나 업무가 개편되고 업무 경감을 위한 학교지원센터와 학생생활회복지원센터가 운영된다.
시교육청은 또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누구도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환경 낙후지역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행정·재정 지원을 강화해 모든 학교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초등 1~2학년군 한글책임교육과 기초학력 진단 자료를 지원한다.
울산시교육청과 중구청은 지난해 7월 30일 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혁신교육지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박태완 중구청장과 노옥희 울산교육감.(사진 = 울산교육청 제공)
시교육청은 이밖에도 자치와 협력을 통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한다.
학생자치회 운영에 대한 내실화와 학생참여 예산제 운영을 지원하며,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면서 학부모들이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을과 학교를 잇는 교육공동체 사업도 추진되는데, 지자체와 함께하는 서로나눔교육지구를 확대하고 마을교육공동체가 운영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도 문화체험과 진로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노 교육감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유학년제와 교원역량 강화 등을 통한 학생중심수업은 탐구중심과 과정형 평가로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기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주도학습을 잘 하는 학생이 성적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자 참여와 협력이 중심되는 수업혁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복지로 빠른 성과를 내긴 했지만 지역경제의 어려움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교 2학년 무상교육과 교복비 지원 확대 등 예산 확보 문제는 매번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노 교육감이 수업혁신을 추진하면서 과연 학부모들의 불안과 우려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키우고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겠다고 했지만 입시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더 기대게 되는 현상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업계고에 대한 지원률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학력과 진로를 모두 놓치게 될 경우, 노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뜬 구름'만 잡다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