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중대재해 막자는데 한숨만 느는 직원들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막자는데 한숨만 느는 직원들

2월초 중대재해로 작업중지 명령 내려져
외부 위탁업체 통해 직영직원 안전교육
'현장 불량 개선, 품질마인드 과정' 논란
생산성 향상 목적이라지만 직원들 불쾌
한영석 대표 청문회 발언, 의원들 질타
노조 "안전 무관 시사 내용 시간 때우기"

지난 2월 5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40대 근로자가 철판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최근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현대중공업이 재발방지를 위해 안전교육을 실시했지만 직원들 사기만 떨어뜨리고 땜질 처방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국회 청문회에서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가 "산재가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났다"고 한 발언은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으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현대중공업은 사내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공정에 작업을 약 4주간 중지했다.

2월 5일 오전 9시쯤 현대중공업 대조립 1부 공장에서 용접작업을 준비하던 A(43)씨가 2.5t 무게 철판에 협착돼 사망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작업이 중단되자 현대중공업은 외부 위탁업체 등을 통해 직영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문제는 회사가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이라고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하나 마나 한 교육에 사기만 더 떨어뜨렸다는 거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해제 명령이 나올 때까지 회사가 어쨌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

현대중공업이 직원들에게 보낸 교육 안내 문자. 독자 제공

 

'창의적 사고와 개선제안 실습 과정'과 같은 교육에 이어 특히 논란이 된 것은 2월 18~19일 진행된 '현장 불량 개선을 위한 품질마인드 향상 과정' 교육.

교육은 팀장급 이하 조장과 조원들이 대상이었다.

해당 교육과 관련해서 회사측은 제조업에서 품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으로,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교육 취지나 방향을 정하더라도 구체적인 제목이나 내용은 위탁업체가 결정하고 어떤 교육을 받을 지 최종 결정도 각 현업부서가 한다는 거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직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불량 개선, 품질 마인드 교육을 한다고 하니 마치 직원들의 태만이나 정신 해이로 사고가 난 것 처럼 비쳐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의 발언도 한 몫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월 22일 9개 기업 대표를 불러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산재가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났다"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후 한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사과했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가 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작업장이 상당히 광범위하고 표준화 되어 있지 않은 작업도 많아 안전관리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말한 것일 뿐 작업자의 행동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교육이 불량 개선에 품질마인드 향상이지만 실제 내용은 시사와 상식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회사가 급하게 준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원들의 제보를 받고 노조에서도 집행부 간부 2명을 보내 해당 교육을 참관하도록 했다.

프리젠테이션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시사적인 내용으로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강사와 그 내용을 듣는 직원들 모두 안타까운 모습이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현대중공업노조 김형균 정책기획실장은 "중대재해로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회사 입장에서는 급하게 안전교육을 하려다 보니 준비가 덜 된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고용노동부가 지정하는 교육을 받으면 회사는 그나마 지원금이라도 받아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마련한 교육으로 보인다"고 했다.

회사측은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되는대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대조립 1부 공장만 별도의 안전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조선업 관련 전문가가 아닌 외부 초청 강사가 중대재해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간이 아깝다", "작업현장 상황을 누구 보다 잘 아는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제도 개선을 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겠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에 내려진 작업중지 명령을 지난 3일 부분 해제에 이어 4일 완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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