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너무 늙어서 할 게 없습니다" "일꾼이 없는 데다가, 교회학교도 없고, 아이도 없습니다."
40명 교인 중 34명이 노인이라는 울산지역 한 교회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2025년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교회'다.
10년 전 통계에서도 교인 중 시니어 비율은 이미 60%를 넘겼고, 지금은 그 수치를 파악하는 것 조차도 두려운 상태다.
교회마다 이렇게 노령화는 가속화되고 있지만, 정작 시니어를 위한 교회들의 본격적인 사역은 여전히 '경로대학'이나 '식사 봉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울산CBS에서 진행된 한 시니어 사역 전문가의 인터뷰는 이러한 뼈아픈 현실을 들려준다.
박영수 목사가 울산CBS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자료 시니어 사역을 연구하고 있는 박영수 목사는 15일 "다음 세대만 말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교인을 붙잡아야 합니다"라며 " '다음 세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지금 세대', 특히 믿음을 지켜온 시니어 세대를 위한 전환적 사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지금 대부분의 교회가 다음세대 사역, 청년 부흥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라며 "교인의 60~70%가 시니어이고, 장년은 30%, 교회학교 아이들과 청년들을 모두 합쳐도 10% 미만"이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 시대에 새로운 세대로 등장한 시니어 세대들을 위한 사역 없이, 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울산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중소형 교회 상당수는 시니어 성도 비중이 80~90%에 달한다.
그러나 사역 방향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 맞춰져 있고, 시니어들은 '예배를 드리는 존재'일 뿐, 교회 안에서의 역할은 끝난 사람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시니어의 수는 늘어나지만, 이들을 위한 사역 구조와 비전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도 현실이다. 결국 교회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소진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 최근 등장한 것이 '시니어 비전 사역'이다.
시니어를 위한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앙의 뿌리를 다시 내리고, 교회 안에서의 사명을 회복하게 하는 영적 여정이라는 것.
박영수 목사가 시니어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자료'시니어 비전 사역'은 두 축으로 구성된다.
박영수 목사는 『영적 어른』 교재를 통해 신앙의 기초, 신앙 윤리, 봉사,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내용처럼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과 믿음을 바탕으로 시니어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영적 어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그래서 시니어들이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이끌어 예배만 드리던 수동적 존재에서 교회의 영적 어른, 후배 성도들의 본보기, 공동체 리더로 전환되는 것, 역할 회복을 목표로 하는 시니어 비전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앞서 움직이는 교회도 있다. 울산 태화교회는 70대 이상의 시니어 소그룹 모임을 새롭게 편성했다. 김현욱목사(태화교회 부목사) 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운영해 왔던 '지역중심' 소그룹(구역)에서 벗어나 소그룹을 세대 중심으로 재조직하면서 특별히 시니어 그룹을 한 예배 공동체(마을)로 묶어 편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화교회 시니어 사역의 목표는 명확하다. 70대 이상이라고 사역 현장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교회의 건강한 식구로 젊은 세대들처럼 활발하게 모이고,예배하고, 섬기게 하는 것이다. 올해 처음 편성된 시니어 마을은 향후 제자훈련, 수련회, 국내선교, 해외선교,등의 자체 사역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서원교회 이남영 담임목사가 설교를 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자료울산 서원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남영 목사(서원교회 담임목사)는 "약30명의 시니어 성도들이 주축이 되어 활발한 봉사와 섬김의 활동을 이어가며 교회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 시니어 성도들은 정기적인 성경공부 모임을 통해 신앙을 더욱 깊이 다져가고 있으며, 친목과 교제를 나누는 시간도 함께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청소를 비롯한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후배 세대에 귀감이 되고 있다.
1500명 규모인 대구의 한 교회는 3년 전부터 『영적 어른』 교육을 도입했다고 박영수 목사는 소개했다.
현재까지 약 60명의 시니어 수료자가 나왔고, 이들은 '금빛학교'라는 이름 아래 연속 학기를 마치고 졸업했다.
하지만 교육은 시작일 뿐, 진짜 과제는 이들의 교회에서의 역할이라고 박 목사는 말한다.
70세가 되면 장로직도 끝나고, 교회 안에서의 역할도 끝난다.
인생 100세 시대에 교회는 직분자의 나이 제한으로 더 이상 봉사와 섬김을 하지 못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시니어 사역의 핵심은 '존재의 회복'과 '영광의 회복'이다.
그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아름답게 늙고, 누군가의 본이 되며, 하나님 나라의 자랑이 되는 인생, 믿음의 흔적이 곧 하나님의 영광이 되는 삶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것이 시니어 사역이 가야 할 길이다. 시니어는 교회의 미래다.
지금 교회가 시니어를 붙잡지 않으면, 10년 안에 교인 절반은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때는 다음세대마저 교회를 찾지 않을 것이다.
시니어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시니어는 지금도 현재이며, 미래를 세울 열쇠다.
이제는 교회가 응답할 차례다.